대안학교 한들, 이지우 학생 학교를 떠난 청소년의 솔직한 이야기
매년 6~7만 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검정고시를 치르기 위해, 직업기술을 배우기 위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 학교를 떠나는 이유도 다양하다. 그런데 보통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고 하면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과연 그런 이유만으로 청소년들을 나쁘게만 바라봐야 할까? 학교에 다니지 않지만, 자신만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지우 양을 만나봤다.
우리는 비행청소년이 아닙니다
중퇴생, 학업 중도 탈락, 학업중퇴자, 탈학교 청소년, 공교육 중도수료자 등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을 일컫는 말이 많다. 자신의 잘못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학생도 있지만 자신의 선택으로 학교를 나온 학생도 있다. 그래서 교육청에서는 부정적인 표현을 대신해 ‘학업중단 청소년’이라는 말을 사용하도록 했다.
이지우 양의 경우 입시만을 위한 한국 교육이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었다. 게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같은 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 학교생활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따돌림의 강도가 심해졌어요. 애들한테 맞기도 하고 옆에 가면 ‘썩었다’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그때 상처를 많이 받아서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그녀는 교우관계도 힘들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점이 학교 선생님인 부모님을 설득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지우 양은 입시 위주의 공부보다는 체험과 경험 위주의 공부를 좋아했지만, 부모님은 공교육의 틀에 맞춰 다른 사람과 똑같이 행동하기를 바라셨다. 하지만 지우 양은 끈질긴 설득 끝에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1년간의 쉼, 그리고 새로운 학교
“학교에 다닐 때는 아침 6시 반쯤에 일어나 8시까지 등교하고, 수업이 끝나면 학원에 가는 생활이 일상이었어요. 집에 돌아오면 오후 10시가 넘었고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었는데, 학교를 그만두니까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학교에 가지 않으니 시간 제약 없이 원하는 대로 다해볼 수 있었다. 늦잠도 자고, 해보고 싶었던 컴퓨터 게임도 마음껏 하고, 보고 싶었던 영화·드라마도 실컷 봤다고 한다.
1년 동안 원 없이 놀아본 지우 양은 어머니 지인이 운영하는 대안학교에 들어가게 됐다.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대안학교에서 시골체험을 하며 논어, 인문학, 국·영·수, 농사 등을 배울 수 있었고, 주말이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일반 학교에서처럼 왕따를 당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친구들과의 사이가 나쁜 것이 지우양의 잘못으로 생각하고 모진 소리를 많이 했다고 한다. 그렇게 지우 양은 첫 번째 대안학교를 그만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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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인터뷰 중인 염성재 학생과 이지우 학생 |
한들과의 만남, 즐거운 시작
새로운 대안학교를 알아보던 지우 양은 우연히 한들이라는 학교를 알게 되었다. 한들은 입학하기 전 1주일간 학교에 적응하는 예비기간을 거치는데, 지우 양이 입학할 때는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도는 자전거하이킹을 할 때였다. 친구들과 힘든 일을 함께하게 되자 ‘나한테 득이 되겠다’는 계산적인 생각 대신 ‘정말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지우 양. 그녀는 그렇게 대안학교 한들에 입학하게 되었다.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지우 양은 졸업식 공연에서 연극을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평소 피아노를 좋아했는데, 졸업식에서 공연 배경음악 담당으로 피아노를 치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졸업이라는 해방감과 친구들과 헤어지는 아쉬움이 교차하면서 마음이 복잡했다고 한다. 친구들은 대학교에 가거나 다른 대안학교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선택을 믿고 전진!
일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는 다른 방법을 선택했지만 지우 양 역시 꿈을 꾸고 있다. 일반 학교를 그만두고 1년간 신 나게 보낸 그녀는 대안 학교를 선택했고, 대안 학교에 다니면서 자신의 진로와 꿈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그녀는 만약 자신과 같이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이 있다면 너무 자유롭게만 생각하지 말고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하나씩 도전해나가는 것을 추천했다. 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삶의 방향 자체를 잃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간단한 것이라도 좋으니 많이 경험해보고, 이것저것 도전하고 체험하는 것이 진로를 결정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학업중단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교육 환경 자체가 바뀌었으면 하고 바랐다.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고, 개인의 개성을 인정하는 외국의 교육문화를 한국이 본받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지우 양은 현재 일본에 있는 대학에 가기 위해 일본 유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녀가 일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친구가 보여준 일본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였다. 일본 가수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이 무척 재미있어 자연스럽게 일본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본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지금은 일본 대학 입시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에서 대학을 다닌 후에는 일본 공항이나 관광 회사에 입사하고 싶다는 그녀는 공항의 지상 스튜어디스나 통역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염성재